블로그 이미지
이곳은 시인 박상선의 블로그 릴레이션(관계)입니다.
여남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05-09 13:16

비내리는 화단에서

 

 

봄비

 

박상선

 

마른 풀밭에서

웅크려

동면(冬眠)하던 날들

 

봄비 오면

일제히 일어서겠지

잠을 깨우고

계절을 깨우고

 

이 비 오고 난 뒤부터

이곳은 다양해지리라

이제는 돌아가야지

온갖 삶이 널려있는 세상 속으로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그리 사는 것이야

삶이란 그런 것이야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비 오는 아침부터

찻장 밑이 소란스럽다.

오늘부터

시간은 다시

출발하라는 명(命)이 내렸나 보다.

 

 

 

2019년03월06일 여남 박상선 올림.

 

 

 

찔레꽃

 

춘하추동 5


찔레꽃

 

박상선


저 산마루에

흰꽃 피면

그걸 찔레꽃이라 하리라.

온 몸 가시 덮고

손대지 못하게

잘 무장을 하고

곁에 가까이 두지 않으리라.

하얗게 피여

향기로만

너의 곁으로 가리라.

아름답지 못한 것을

말 하지 마

그대로여서

맑고 좋은 줄 안다.

더러운 운명을

그대로 두고

죽이고 또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무아로 혼을 대신

말하노니

 

 

 

2019.05.06. 여남 박상선 올림.

 

 

 

 

 

 

 

 

 

 

 

 

 

공습경보

 

 

박 상 선

 

 

남녘에서

 

꽃이란 도적들이 몰려온다고

 

귓밥을 후벼파는

 

 

싸이렌 소리

 

- -

 

 

동토(凍土)를 돌진하는,

 

 

내려꽂는

 

소이탄 같은 봄비.

 

 

 

 

 

 

20190222일 여남 박상선 올림.

 

 

파도 

 

 

박 상 선(朴尙善)

 

 

안개 속에서 버둥거렸다. 

못쓰게 찢어 버리고 싶은 갈증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지 말자 

흐른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강이 파여졌다 

강은 수렁이 되고 

그곳에 누어버린 벚꽃 같은 몸 

우수수 지는 

꽃들은 하늘을 올라 

별이 되고 

너를 위하여 복수하리라 

파도가 되어 바다를 

침몰 시켜버릴 봄

 

 

 

 

2019년02월15일 여남 박상선 올림.

 

 



종이비행기


박상선

 

 

몹시 도 우울한 날에는


분홍 빛 색깔의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세요.


깨알 같은 사랑을 쓰고서


이리 접고 저리 접어두면


회오리처럼 비상하며


무르익은 붉은 장미를


흔들리게 하는 바람은


종이비행기를 그의 곁으로


보내줄 것인데


그의 곁에서


볼 품 없이 추락한다 해도


사랑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은


아닐 거예요.


몹시 도 우울한 날에는


분홍 빛 색깔의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세요.


당신보다 빈자리 많은 이들


땅 끝에 움츠리게 하지 않고


하늘 높이 치솟게 하는


외로운 마음들에 보내는


사랑을 실어


멀리 띄워보세요.

 

 

 

 

2019년02월14일 여남 박상선 올림.

 

 


 


유채

 


박상선(朴尙善)


   

유장한 낙동강과 도초산을 높이 감도는 구름처럼

서설을 내리고

떠돌아다니다가 문득 눈을 뜨고 보니

나는 지금 이 너른 유채밭에 서있다.

 

봄이 되니 온 들녘이 함성으로 가득하다.

꽃대들이 메마른 습기에

땅을 박차고 나갈 수 없다 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에 가난한 반신이 마비되어

시간과 업치락 뒤치락거리며 씨름하여도

자리를 털고 일어섰을 때 나는 이곳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시인을 생각한다.

수선화 꽃밭에서 춤을 추던 윌리엄 워드워즈와 같이

나는 유채밭에서 바람의 춤을 추리라.

 

설움과 가난의 씨를 뿌려 깨어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볕에 다시 일어나려함을

뭇사람들은 알까?

어금니 악물고 걸어가는

이 운동 길에 바람으로 하여 다가온 패배는

꽃바람으로 하여금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

이 너른 들의 노란 유채꽃들은 말해주리라.

꽃들의 화관무로 너와 나를 맞이하여

종다리 목마른 찬란한 슬픈 연가를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하여 주리라

 

 

20190209일 창녕새누리노인종합샌터에서 여남 박상선 올림.

 



겨울 나그네

2019. 1. 30. 14:53 | Posted by 여남

 

 

* 남지 유채밭 둘레길을 걷는 풍경 *

 

겨울 나그네

 

 

박상선(朴尙善)

 

 

길가에 드러

누워도

썩지는 않겠다.

 

흰 꽃 나리고

눈사람 만드는 아이들

깔깔거리는 소리

 

사랑하난

간직할 만 하겠다.

 

펄펄 끌어오르다

몸 다쳐 누워버린

제로섬 게임

 

주체할 수 없었던 것들

새날()이 오면

조수(鳥獸)에게

전해주리라.

 

 

 

 

20190130. 여남 박상선 올림.

 

 



유채

 

박상선(朴尙善)

   

유장한 낙동강과 도초산을 높*을 내리고

떠돌아다니다가 문득 눈을 뜨고 보니

나는 지금 이 너른 유채밭에 서있다.

 

봄이 되니 온 들녘이 함성으로 가득하다.

꽃대들이 메마른 습기에

땅을 박차고 나갈 수 없다 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에 가난한 반신이 마비되어

시간과 업치락 뒤치락거리며 씨름하여도

자리를 털고 일어섰을 때 나는 이곳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시인을 생각한다.

수선화 꽃밭에서 춤을 추던 윌리엄 워드워즈와 같이

나는 유채밭에서 바람의 춤을 추리라.

 

설움과 가난의 씨를 뿌려 깨어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볕에 다시 일어나려함을

뭇사람들은 알까?

어금니 악물고 걸어가는

이 운동 길에 바람으로 하여 다가온 패배는

꽃바람으로 하여금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

이 너른 들의 노란 유채꽃들은 말해주리라.

꽃들의 화관무로 너와 나를 맞이하여

종다리 목마른 찬란한 슬픈 연가를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하여 주리라

 

 

20190127일 창녕새누리노인종합샌터에서 여남 박상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