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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2.15 여남 박상선 시인의 시 * 파도 *
- 2019.02.09 여남 박상선 시인의 시 * 종이비행기 *
- 2019.02.09 여남 박상선 시인의 시 * 유채 *
- 2019.01.30 겨울 나그네
- 2019.01.27 여남 박상선 시인의 시 * 유채 *
- 2019.01.23 여남 박상선 시인의 시 * 노을 *
- 2019.01.21 여남 박상선 시인의 시 * 버림 받음과 버리는 것 *
- 2019.01.18 여남 박상선 시인의 시 * 춘하추동 중에서 2월 *
- 2019.01.06 여남 박상선시인의 시 * 춘하추동 1월 *
- 2019.01.04 여남 박상선 시인의 시 * 감금되는 사유를 위하여 *
종이비행기
박상선
몹시 도 우울한 날에는
분홍 빛 색깔의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세요.
깨알 같은 사랑을 쓰고서
이리 접고 저리 접어두면
회오리처럼 비상하며
무르익은 붉은 장미를
흔들리게 하는 바람은
종이비행기를 그의 곁으로
보내줄 것인데
그의 곁에서
볼 품 없이 추락한다 해도
사랑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은
아닐 거예요.
몹시 도 우울한 날에는
분홍 빛 색깔의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세요.
당신보다 빈자리 많은 이들
땅 끝에 움츠리게 하지 않고
하늘 높이 치솟게 하는
외로운 마음들에 보내는
사랑을 실어
멀리 띄워보세요.
2019년02월14일 여남 박상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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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지 유채밭 둘레길을 걷는 풍경 *
겨울 나그네
박상선(朴尙善)
길가에 드러
누워도
썩지는 않겠다.
흰 꽃 나리고
눈사람 만드는 아이들
깔깔거리는 소리
사랑하난
간직할 만 하겠다.
펄펄 끌어오르다
몸 다쳐 누워버린
제로섬 게임
주체할 수 없었던 것들
새날(春)이 오면
조수(鳥獸)에게
전해주리라.
2019년01월30일. 여남 박상선 올림.
유채
박상선(朴尙善)
유장한 낙동강과 도초산을 높*을 내리고
떠돌아다니다가 문득 눈을 뜨고 보니
나는 지금 이 너른 유채밭에 서있다.
봄이 되니 온 들녘이 함성으로 가득하다.
꽃대들이 메마른 습기에
땅을 박차고 나갈 수 없다 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에 가난한 반신이 마비되어
시간과 업치락 뒤치락거리며 씨름하여도
자리를 털고 일어섰을 때 나는 이곳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시인을 생각한다.
수선화 꽃밭에서 춤을 추던 윌리엄 워드워즈와 같이
나는 유채밭에서 바람의 춤을 추리라.
설움과 가난의 씨를 뿌려 깨어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볕에 다시 일어나려함을
뭇사람들은 알까?
어금니 악물고 걸어가는
이 운동 길에 바람으로 하여 다가온 패배는
꽃바람으로 하여금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
이 너른 들의 노란 유채꽃들은 말해주리라.
꽃들의 화관무로 너와 나를 맞이하여
종다리 목마른 찬란한 슬픈 연가를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하여 주리라
2019년01월27일 창녕새누리노인종합샌터에서 여남 박상선 올림.
노을
박상선(朴尙善)
우릴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이념도 사랑도 분노도 아닌
원시적인 것이었다. 그렇게도 찾아다니던 눈길은 널 부러
져 있을 뿐 발길을 끌지
않는다. 발걸음이 갈 길을 찾다가 비틀거리던지 쓰러지던
지다.
버러지 보다 못한 생을 털어 바람소리 닮다가 손바닥에
움켜쥐는 것은
몇 톨의 분자뿐인 공기
지난날을 뒤집어 보지 마라. 혁명을 꿈꾸던 시절까지 시
들어진 지금.
의지가 사라지면 또 다른 의지가 솟을까 그것도 사라져
버리면 발걸음 놓을 때 없는 이 어둠 만일까? 우겨대어
도 남들이 아니냐는 불혹
그것은 나의 하얀 스크린 속에 들어 있었다. 여기 놓인
건 그들이 가져간 나의 허구와 나를 떠난 이념의 빈껍데
기뿐이다.
서쪽 하늘에 원초적인 시간을 내다 건다. 입 속의 아픈
풍치를 뽑아내고 절망의 폐액을 뿜어내면 그리움은 맘
깊숙한 곳에서 다시금 솟구치고 내가 빼앗긴 시간 속을
걸어 나오는 내일을 다시 짊어진다. 그곳으
로 노을이 불타며 스미어 온다.
2019년01월22일 여남 박상선 올림.
버림받음과 버리는 것
박 상 선(朴尙善)
하늘이 흐려
마음이 취했군요.
아우 너 지금껏 잘해 왔나?
그 물음에
버림 받은 것보다
버리는 것이 슬프다.
유년의 늪에 손을 담그면
사라지는 추억이 떠오르며
피곤한 삶은
꽃이 되고 만다.
새가 되어 바다로 가버리는
하얀 구름이 되어 비 뿌리며
흘러가는 세레나데
정반대 일지 모를 혼자만의
싸늘한 독백
2019년01월21일 여남 박상선 올림.
춘하추동 2월
이월
박상선
날씨 좀 풀리면 일어나야지
땅바닥에 널브러진
풀숲의 따뜻함을 모아
토할 날 기다리는
일월과 삼월 사이 그 사람과 나의 사이
그로부터 꽂힌 말들이 언 땅을 솟구치는
언 마음을 솟구치는 들녘에 나섰다가
굵은 바람과 뒹굴다가
한기와 소주 한 잔 하다가
그러다 세월까지 씨부렁거리다가
갯도랑 따라가는 냇버들 뒤에 숨은 아기 같은 봄
대지를 넘쳐흐르는
이글거리는 날을 보려다가
이월은 잦은 고뿔 재치기 하다가
날씨 좀 풀리면 일어나야지
세상으로 흩어지는 쓸쓸한 바람 속
희미한 연정을 싹틔우는 아지랑이 다듬어
그에게로 가는 길
2019.01.18. 여남 박상선 올림.
춘하추동 1월
1월
無題
박상선
바람소리였을까?
메아리였을까?
저 들녘에서 가슴 안으로
속삭이며 들려오는
육신(肉身)을 부벼 대는 소리는
어쩌면 사랑처럼
어쩌면 진한 고독처럼
파도같이 헤엄치고 있었다.
태양이 내리며
꿈틀대는 대지(大地)는
동면(冬眠)의 껍질을 벗어 던지는데
자신은 천천히
깊은 잠에 빠져간다.
바람소리였을까?
메아리였을까?
저 들녘에서 가슴 안으로
나를 부르는 소리는
2019.01.06 여남 박상선 올림.
* 기해년 새해 일출 풍경 *
감금되는 思惟를 위하여
박상선
작은 것을 만지작거리면
작아진다.
큰 것을 이루는 것은 작은 것
보통이 그렇다.
큰 것을 잘게 쪼개
그 하나를 가지고 싶다는 것
작은 사유 속에 갇힌
소망의 크기 때문 아닐지
개여울로부터 시내는
강이 되고 바다로 늘 흘러
우리 앞에 있었다.
늘 바다를 쪼개는
자신을 슬퍼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대로였다.
이제 박제된 사유로부터
깊이 숨던 수렁으로부터
넓은 바다로 오라
머물러 개여울이 되지 않는
눈물들이여어-
2019.01.04. 여남 박상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