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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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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07:22


 


유채

 


박상선(朴尙善)


   

유장한 낙동강과 도초산을 높이 감도는 구름처럼

서설을 내리고

떠돌아다니다가 문득 눈을 뜨고 보니

나는 지금 이 너른 유채밭에 서있다.

 

봄이 되니 온 들녘이 함성으로 가득하다.

꽃대들이 메마른 습기에

땅을 박차고 나갈 수 없다 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에 가난한 반신이 마비되어

시간과 업치락 뒤치락거리며 씨름하여도

자리를 털고 일어섰을 때 나는 이곳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시인을 생각한다.

수선화 꽃밭에서 춤을 추던 윌리엄 워드워즈와 같이

나는 유채밭에서 바람의 춤을 추리라.

 

설움과 가난의 씨를 뿌려 깨어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볕에 다시 일어나려함을

뭇사람들은 알까?

어금니 악물고 걸어가는

이 운동 길에 바람으로 하여 다가온 패배는

꽃바람으로 하여금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

이 너른 들의 노란 유채꽃들은 말해주리라.

꽃들의 화관무로 너와 나를 맞이하여

종다리 목마른 찬란한 슬픈 연가를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하여 주리라

 

 

20190209일 창녕새누리노인종합샌터에서 여남 박상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