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
박상선(朴尙善)
유장한 낙동강과 도초산을 높이 감도는 구름처럼 서설을 내리고 떠돌아다니다가 문득 눈을 뜨고 보니 나는 지금 이 너른 유채밭에 서있다. 봄이 되니 온 들녘이 함성으로 가득하다. 꽃대들이 메마른 습기에 땅을 박차고 나갈 수 없다 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에 가난한 반신이 마비되어 시간과 업치락 뒤치락거리며 씨름하여도 자리를 털고 일어섰을 때 나는 이곳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시인을 생각한다. 수선화 꽃밭에서 춤을 추던 윌리엄 워드워즈와 같이 나는 유채밭에서 바람의 춤을 추리라. 설움과 가난의 씨를 뿌려 깨어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볕에 다시 일어나려함을 뭇사람들은 알까? 어금니 악물고 걸어가는 이 운동 길에 바람으로 하여 다가온 패배는 꽃바람으로 하여금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 이 너른 들의 노란 유채꽃들은 말해주리라. 꽃들의 화관무로 너와 나를 맞이하여 종다리 목마른 찬란한 슬픈 연가를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하여 주리라 2019년02월09일 창녕새누리노인종합샌터에서 여남 박상선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