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이곳은 시인 박상선의 블로그 릴레이션(관계)입니다.
여남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02-17 16:13

'소시집'에 해당되는 글 16

  1. 2011.11.11 春夏秋冬
  2. 2011.11.11 소시집 억새밭의 전부
  3. 2011.11.11 억새밭 12
  4. 2011.11.11 억새밭 11
  5. 2011.11.11 억새밭 10
  6. 2011.11.11 억새밭 9
  7. 2011.11.11 억새밭 8
  8. 2011.11.11 억새밭 7
  9. 2011.11.11 억새밭 6
  10. 2011.11.11 억새밭 5

春夏秋冬

2011. 11. 11. 17:56 | Posted by 여남

春夏秋冬


1월

 

無題


 

박상선


 

바람소리였을까?

메아리였을까?

저 들녘에서 가슴 안으로

속삭이며 들려오는

육신(肉身)을 부벼 대는 소리는

어쩌면 사랑처럼

어쩌면 진한 고독처럼

파도같이 헤엄치고 있었다.

태양이 내리며

꿈틀대는 대지(大地)는

동면(冬眠)의 껍질을 벗어 던지는데

자신은 천천히

깊은 잠에 빠져간다.

바람소리였을까?

메아리였을까?

저 들녘에서 가슴 안으로

나를 부르는 소리는


 

2월

이월  

 

 

날씨 좀 풀리면 일어나야지

땅바닥에 널브러진

풀숲의 따뜻함을 모아

토할 날 기다리는


일월과 삼월 사이 그 사람과 나의 사이

그로부터 꽂힌 말들이 언 땅을 솟구치는

언 마음을 솟구치는 들녘에 나섰다가

굵은 바람과 뒹굴다가

한기와 소주 한 잔 하다가

그러다 세월까지 씨부렁거리다가

갯도랑 따라가는 냇버들 뒤에 숨은 아기 같은 봄

대지를 넘쳐흐르는

이글거리는 날을 보려다가

이월은 잦은 고뿔 재치기 하다가


날씨 좀 풀리면 일어나야지

세상으로 흩어지는 쓸쓸한 바람 속

희미한 연정을 싹틔우는 아지랑이 다듬어

그에게로 가는 길


 

 


3월 

공습경보 

 

  

남녘에서 

 

꽃이란 도적들이 몰려온다고

 

귓밥을 후벼 파는

 

 


싸이렌 소리

 

왱 - 왱 - 왱

 

 


동토(凍土)를 돌진하는,

 

 


내려 꼽는

 

소이탄 같은 봄비.




4월


유채꽃밭 1

 


온통 유채꽃 밭이다.

 

 

떨어지다가 

 

동으로 튼

 

강가에 피어 난

 

유채꽃들 

 

 

낙동강엔 

 

애달픈 농심이

 

온 강가에 노랗게

 

널려 있다.

 

 

세월의 무게를 싣고도

 

결코 

 

죽을 수 없다 맘을 먹는

 

유채꽃들이 산다.

 

 

지금 고향 남지

 

낙동강가엔 

 

온통 유채꽃 밭이다.




5월


찔레

 


저 산마루에

꽃 피면

그걸 찔레라 하리라.

온 몸 가시 덮고

손대지 못하게

잘 무장을 하고

곁에 가까이 두지 않으리라.

하얗게 피여

향기로만

너의 곁으로 가리라.

아름답지 못한 것을

말 하지 마

그대로여서 

맑고 좋은 줄 안다.

더러운 운명을

그대로 두고

죽이고 또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무아로 혼을 대신

말하노니


 

6월

유채꽃밭 2

 

 

나비야 남지(南旨) 가자

한(恨) 널린

강변에서 서오는 내일을 보자.


낙동강에 

구구봉(九九峰)을 남지철교를

꽃잎지고 사라진

서리고 서린

기억들이 흐른다.


누가 잊으랴

삶을 말하지만 실(失)하는 게

기억이라면

어찌 소복 입는 나비랴


모두 춤을 추어라

이 갱빈에서 새로 오는 날을

노래 불러라

목청이 터지도록 불러라.


흰나비 노랑나비

빨주노초파남보 

각양각색(各樣各色) 세상 속에서

제 멋대로 설친다.




7월


 

그대 고이 주어라  


 

그대 

그대 못 견딜게 있거든

강물에게 주라

제 갈 길 가지 못하면

물목 넘쳐

무서운 소용돌이

틀면서

제 길 넓히는 강물에게

고이 주어라


그대

그대 못 견딜게 있거든

하늘에게 주라

무어든 제 뜻대로

운명을 결정하여

데리고 가는 하늘에게

고이 주어라




그래도

못 견딜게 있거든

시인에게 주라

그것은 우리가 천년을 넘게

떨어져서 만나지 못할

인연이어서

온갖 것들에게 주어도

다 못 치워 버릴 고독이어서

울음으로 갈고 닦아서

마침내 줄 것 없는 본체만 남겨

사랑을 빛나게 하리라

밤하늘 별빛으로 남겨 두리라.





8월


억새밭 5

   

 

旺山엔 

온통 억새밭이다


義兵들의 당당한

창칼 같은

억새들


火旺山엔

시퍼런 義憤이

산보다 

높은 억새밭


背信과 不義를

한 치도 용납하지

않는 

억새들이 산다


지금

火旺山엔

온통 억새밭이다.





9월 

 

바람개비 

 

  

몸이 비틀댄다.

저녁노을 속으로 들어가서

붉게 울더니

또다시 비틀거렸다.


몸이 바람에 기댄다.

이 무게를 가지고

바람에 몸을 기대기란 쉽지 않다.

무거운 영혼을

바람에 빙빙 돌려대면서

그는 훌훌 터는 것을

난 털 수 없어 운다.


날은 흐리다가 맑아서

바람이 곁을 스치고 가다가

지친 몸을 붙들고

끌어당기더니 돌아보라고

버리고 돌아보라고

속삭인다.


바람이 분다.

몸이 말없이 바람에 기대고

돌아간다. 




10월



몽돌밭

 

 



[1] 

돌이 되어

흐르는 냇물에 발을

잠가 

제 몸이 깎이는 것도

모르고 

눈물로 강물을 채우러 가는 길

깎이면서 반들해져가는

영혼 


[2] 

저 어디선가

손 내밀어 오는

그대의 해맑은 미소

빛은 

온 몸을 조금씩

비추는 것으로

제 몫을 하고


[3] 

바다로 간다.

꿈은 간신히 그곳에

도착하여 

크고 큰 아픔을 회상하진

않을 것이다.


[4] 

사랑이여 

그대 앞에서 파도소리에도

씻기고 갈리어야만

너의 정체됨을

알았다. 


 

 

11월


 

들 국 화


 

 

그가 부를 때 까지

목청이 부서져 공중에

흩어져

거친 노래로 날고


그가 보실 때 까지

작은 몸 모아다 부풀려

발걸음 옆

노란 웃음이 되고


그가 애무 할 때 까지

심장을 쪼개서 뿌리고

옆서서

독한 향기로 번져


차거운 날

온 몸을 얼려서 문드러져

끝내는

다시 환생을 하는




12월


 

섣달, 그 후회에 대하여

 

섣달이다. 욕정이 온 들녘에 있다.

때는 어김없고

함성이 멎고 세상은 익은 체 하는

그 후회에 대하여


   섣달이다. 누구를 위하여 라는

   구호를 버릴 때이다.

   껍데기를 벗은 몸들은 똑같은

   그 후회에 대하여


잊어라. 우리가 잊지 않아도 잊는 자들 뿐

우리 사랑으로  너를 위한 사랑으로

섣달 속에 눈꽃이 되어 길가에 서 있었다.  

   

   우리는 지금쯤

   더 구석진 어둠 속에 얼굴을 갖다두고

   잊어라 아니해도 잊혀지고  있구나


우리는 내년 첫날 쯤

동백꽃이 피는 뚝방으로 간다.

꽃향기 벌판을 헤매고

찬바람 속 까마귀  구름 함께 날아다닌다.

깊이 숨은 오물을 토해내는

섣달, 그 후회에 대하여

 

 

 

2011.11.11. 여남.

 

 

소시집 억새밭의 전부

2011. 11. 11. 11:55 | Posted by 여남

소시집 억새밭의 전부

 

 

2011.11.11. 여남.

 

 

억새밭 12

2011. 11. 11. 11:47 | Posted by 여남

억새밭 12 

 

세월이 말 하더라

일으켜 세우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리.

 

이윽고

으악새 노래되고

종내는

애절한 연가(戀歌)도 된다.

 

반복되는

억겁의 시간 속에서

억새게 버틴다고

억새라 부르는구려.

 

사랑니 발치하는

순간부터

사라지지 않는 억새밭

 

어느 구석에라도

자리하고

그대 오시는 날엔 말해드리리.

 

아낌없이

하얀 꽃술 털어

그대의 연정(戀情)속에 뿌려

싹 튀어 주리라.

억새밭 11

2011. 11. 11. 11:46 | Posted by 여남

억새밭 11


 


작대기를 기대어 두면

사람의 형상인데

기댈 작대기가 없네.


그대는 기댈 게 없어

곁을 스쳐가는

바람이 미안하다네.


가을바람이 안긴

앞산에 단풍이 드네.


몸이 인(人)에 멍들고

연(戀 )에 멍이 들어

들고 드는 단풍


억새는 마름이 되어도

벌건

단풍 들겠네.


억새밭 10

2011. 11. 11. 11:44 | Posted by 여남

억새밭 10

 


 

洛東江가에 

일어선

억새들은 슬프다.



질긴 힘줄

끊고자 하는 심수(心術)로

땅은 합쳐지고

이내

동강 나는 허리



그러하나

꼭 돌아가리라 되돌아가서

임의 앞에

다시서리라.



기다려주오 

질긴 애정(哀情)으로 

기다려주오



그렇게

임의 앞에서 우뚝 서

존재(存在)의 모습

보여드릴께요! 꼭요


지금

洛東江가엔

바람에 잠시 들어 눕는

억새들이 산다.


억새밭 9

2011. 11. 11. 11:42 | Posted by 여남

억새밭 9

 



키 멀쑥한 억새밭에 누워

당신을 생각합니다.

하얀 억새꽃들이 가슴속으로

쏟아져 내립니다.

제 눈에는 눈물 같은 꽃

몸부림치는 바람 속에서

잠들 수 없습니다.


억새밭 속으로 뚫린

오솔길로 걸어드는

발자국 소리 조용히 귀기우리고

있습니다.

혹여 당신의 발자국 소리 아닌지

바라고 바라지만

어느 연인들의 속삭임 이였을 뿐

의미 없는 소리였습니다.


더 멀어져간 거리에서의

당신

억새밭 속에서도 자꾸 떠오릅니다.

저를 누인 억새밭과

저 높이 흘러가는 새털구름과의

대화의 끝쯤에 저

눈물이 얼굴을 적십니다.


활활 타버렸슴 좋을 것 같은

말들이 이 넓은 화왕 분지를

가득 메워

집으로 가야지 가야지 하는

발목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려 합니다.


억새밭에는

거리가 먼 모습이 숨쉬는

부둣가 야경이 눈을 뜨면서

나를 묻습니다.

 

억새밭 8

2011. 11. 11. 11:41 | Posted by 여남

억새밭 8




억새들은

바람에

꺾이는 것이 아니라

미쁘지 못한 마음으로

부러지는 것이다.


낙동강변에는

어느 날 뿌리 채 뽑히고

물소리 듣는

억새들 있다.


강가에서

은밀한

우수(憂愁)와 서정(抒情)이

사라지기전에

우리 서로 사랑할까요?


낙엽 밟는 소리

귀를 기우리며

여기 제게 오십시요!



이곳에는

꺾어도 뽑아도

사라이지 않는

억새 같은

맘들이 살고 있습니다.


억새밭 7

2011. 11. 11. 11:39 | Posted by 여남

억새밭 7

 


 

억새밭으로 소원(所願)이

숨었다면

주체 못 할 그리움은

억새꽃이 되었다.

심장을 벤

붉은 선혈이 깊숙이

흘러

두발이 문드러지고

땅속 깊이 파고들어

누군가의 가슴속으로

갈무리되어 가는

네가 가는 길목

쓸쓸한 바람과 함께

벌떡 일어나

춤을 추는 저 능선 위

저 마음

좀 봐  좀 봐.

억새밭 6

2011. 11. 11. 11:38 | Posted by 여남

억새밭 6


 



억새밭에는

하고픈 말들이

팔랑대고

있었다.


물기 젖어

목구멍 기어드는


종내

전하지 못 한

소야곡들이

모여

서로를 붙들고

부벼대었다.


억새밭에는

잎살까지 세우고

갈색꽃 피워

누구든지, 가슴에다

던져주고 있었다.


갈색으로 부터

하얗게 

하얗게

억새밭 5

2011. 11. 11. 11:36 | Posted by 여남

억새밭 5

 




火旺山엔

 

온통 억새밭이다

 

義兵들의 당당한

창칼 같은


억새들


 


火旺山엔


시퍼런 義憤이


산보다


높은 억새밭


 


背信과 不義를


한 치도 용납하지


않는


억새들이 산다


 


지금


火旺山엔


온통 억새밭이다.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