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밭 9
키 멀쑥한 억새밭에 누워
당신을 생각합니다.
하얀 억새꽃들이 가슴속으로
쏟아져 내립니다.
제 눈에는 눈물 같은 꽃
몸부림치는 바람 속에서
잠들 수 없습니다.
억새밭 속으로 뚫린
오솔길로 걸어드는
발자국 소리 조용히 귀기우리고
있습니다.
혹여 당신의 발자국 소리 아닌지
바라고 바라지만
어느 연인들의 속삭임 이였을 뿐
의미 없는 소리였습니다.
더 멀어져간 거리에서의
당신
억새밭 속에서도 자꾸 떠오릅니다.
저를 누인 억새밭과
저 높이 흘러가는 새털구름과의
대화의 끝쯤에 저
눈물이 얼굴을 적십니다.
활활 타버렸슴 좋을 것 같은
말들이 이 넓은 화왕 분지를
가득 메워
집으로 가야지 가야지 하는
발목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려 합니다.
억새밭에는
거리가 먼 모습이 숨쉬는
부둣가 야경이 눈을 뜨면서
나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