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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 9

2011. 11. 11. 11:42 | Posted by 여남

억새밭 9

 



키 멀쑥한 억새밭에 누워

당신을 생각합니다.

하얀 억새꽃들이 가슴속으로

쏟아져 내립니다.

제 눈에는 눈물 같은 꽃

몸부림치는 바람 속에서

잠들 수 없습니다.


억새밭 속으로 뚫린

오솔길로 걸어드는

발자국 소리 조용히 귀기우리고

있습니다.

혹여 당신의 발자국 소리 아닌지

바라고 바라지만

어느 연인들의 속삭임 이였을 뿐

의미 없는 소리였습니다.


더 멀어져간 거리에서의

당신

억새밭 속에서도 자꾸 떠오릅니다.

저를 누인 억새밭과

저 높이 흘러가는 새털구름과의

대화의 끝쯤에 저

눈물이 얼굴을 적십니다.


활활 타버렸슴 좋을 것 같은

말들이 이 넓은 화왕 분지를

가득 메워

집으로 가야지 가야지 하는

발목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려 합니다.


억새밭에는

거리가 먼 모습이 숨쉬는

부둣가 야경이 눈을 뜨면서

나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