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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박상선

 

  

몸이 비틀댄다.

저녁노을 속으로 들어가서

붉게 울더니

또다시 비틀거렸다.

 

몸이 바람에 기댄다.

이 무게를 가지고

바람에 몸을 기대기란 쉽지 않다.

무거운 영혼을

바람에 빙빙 돌려대면서

그는 훌훌 터는 것을

난 털 수 없어 운다.

 

날은 흐리다가 맑아서

바람이 곁을 스치고 가다가

지친 몸을 붙들고

끌어당기더니 돌아보라고

버리고 돌아보라고

속삭인다.

 

바람이 분다.

몸이 말없이 바람에 기대고

돌아간다

 

 

 

 

 

 

20240810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용화산에서

그대 고이 주어라  

 

박상선


 

그대 

그대 못 견딜게 있거든

강물에게 주라

제 갈 길 가지 못하면

물목 넘쳐

무서운 소용돌이

틀면서

제 길 넓히는 강물에게

고이 주어라

 

그대

그대 못 견딜게 있거든

하늘에게 주라

무어든 제 뜻대로

운명을 결정하여

데리고 가는 하늘에게

고이 주어라

 

 

 

그래도

못 견딜게 있거든

시인에게 주라

그것은 우리가 천년을 넘게

떨어져서 만나지 못할

인연이어서

온갖 것들에게 주어도

다 못 치워 버릴 고독이어서

울음으로 갈고 닦아서

마침내 줄 것 없는 본체만 남겨

사랑을 빛나게 하리라

밤하늘 별빛으로 남겨 두리라.

 

 

 

20240705일 여남 박상선 올림.

 

 

종이비행기

 

박상선

 

몹시도 우울한 날에는

분홍빛 색깔의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세요.

깨알 같은 사랑을 쓰고서

이리 접고 저리 접어두면

회오리처럼 비상하며

무르익은 붉은 장미를

흔들리게 하는 바람은

종이비행기를 그의 곁으로

보내줄 것인데

그의 곁에서

볼품없이 추락한다 해도

사랑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은

아닐 거예요.

몹시도 우울한 날에는

분홍빛 색깔의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세요.

당신보다 빈자리 많은 이들

땅끝에 움츠리게 하지 않고

하늘 높이 치솟게 하는

외로운 마음들에 보내는

사랑을 실어

멀리 띄워 보세요.

 

 

 

20240609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밀크커피

 

 

박 상 선

 

 

나는 알았다.

밀크커피 컵 속에는 밀크가

들어있어

그 밀크로 하여 밀크커피라는 것을

알았다.

 

밀크커피를 갖다 놓고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린다.

 

이렇게 갇힌 공간에 눈 내리면

눈 내리는 거리속의

눈 내리는 카페인가

하얀 세계를 여는 출입구인가

 

그대에게 보낸 편지 속에

애절한 고백이 들면 그것이 연서일까

그것이 사랑일까

그럴지도 모르는 젖은 시간까지

 

포함되는 포함 속에

자리를 차지하면 할수록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몰라

밀크커피 컵 속에는

밀크가 들어 있어 그 밀크로 하여

밀크커피가 된다.

 

기어이 오지 않는

그대

난 그대의 뭐라 해야 되나요

그대는 나의 뭐라 해야 되나요

불러도 메아리도 되돌아 오지 않는다.

빈 자리를 남긴 채

 

기다림이라는 것,

먹어 치운

밀크커피처럼 달작하다

 

 

 

 

 

 

20240310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세상살이



박 상 선



별이 되겠네.

만남 하나 쪼개 놓고
손에 쥔
웃음 하 - -

사랑 하나 벌려 놓고
손에 쥔
웃음 하 - -

이별 하나 돌아보며
손에 쥔
웃음 하 - -

만남, 사랑, 이별
사는 데 이 무엇이 대수이랴

눈물 한줌 쏟아놓고
더 웃는
웃음 하 - -

가슴속을 파여
하 하 하 깊은 강물소리
반짝이며 흐르네


 

 

20240220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걷는 사람들

 

 

 

춘하추동 1

 

1

 

無題

 

 

박상선

 

 

바람소리였을까?

메아리였을까?

저 들녘에서 가슴 안으로

속삭이며 들려오는

육신(肉身)을 부벼 대는 소리는

어쩌면 사랑처럼

어쩌면 진한 고독처럼

파도같이 헤엄치고 있었다.

태양이 내리며

꿈틀대는 대지(大地)

동면(冬眠)의 껍질을 벗어 던지는데

자신은 천천히

깊은 잠에 빠져간다.

바람소리였을까?

메아리였을까?

저 들녘에서 가슴 안으로

나를 부르는 소리는

 

 

 

 

 

2024년01월11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억새밭 12

2023. 12. 3. 11:36 | Posted by 여남

 

 

화왕산 억새밭

 

 

억새밭 12

 

 

 

박상선(朴尙善)

 

 

세월이 말 하더라

일으켜 세우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리.

 

이윽고

으악새 노래되고

종내는

애절한 연가(戀歌)도 된다.

 

반복되는

억겁의 시간 속에서

억새게 버틴다고

억새라 부르는구려.

 

사랑니 발치하는

순간부터

사라지지 않는 억새밭

 

어느 구석에라도

자리하고

그대 오시는 날엔 말해드리리.

 

아낌없이

하얀 꽃술 털어

그대의 연정(戀情)속에 뿌려

싹 튀어 주리라.

 

 

 

 

 

 

 

2023년12월03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낙동강 물안개

 

 

춘하추동 12


 

섣달, 그 후회에 대하여

 

박상선

 

섣달이다. 욕정이 온 들녘에 있다.

때는 어김없고

함성이 멎고 세상은 익은 체 하는

그 후회에 대하여

 

   섣달이다. 누구를 위하여 라는

   구호를 버릴 때이다.

   껍데기를 벗은 몸들은 똑같은

   그 후회에 대하여

 

잊어라. 우리가 잊지 않아도 잊는 자들 뿐

우리 사랑으로  너를 위한 사랑으로

섣달 속에 눈꽃이 되어 길가에 서 있었다.  

   

   우리는 지금쯤

   더 구석진 어둠 속에 얼굴을 갖다두고

   잊어라 아니해도 잊혀지고  있구나

 

우리는 내년 첫날 쯤

동백꽃이 피는 뚝방으로 간다.

꽃향기 벌판을 헤매고

찬바람 속 까마귀  구름 함께 날아다닌다.

깊이 숨은 오물을 토해내는

섣달, 그 후회에 대하여

 

 

 

 

 

20231202.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https://www.youtube.com/watch?v=0l0zIqYm1ok

 

 

 

 

 

 

2023년 11울07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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