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12월
섣달, 그 후회에 대하여
박상선
섣달이다. 욕정이 온 들녘에 있다.
때는 어김없고
함성이 멎고 세상은 익은 체 하는
그 후회에 대하여
섣달이다. 누구를 위하여 라는
구호를 버릴 때이다.
껍데기를 벗은 몸들은 똑같은
그 후회에 대하여
잊어라. 우리가 잊지 않아도 잊는 자들 뿐
우리 사랑으로 너를 위한 사랑으로
섣달 속에 눈꽃이 되어 길가에 서 있었다.
우리는 지금쯤
더 구석진 어둠 속에 얼굴을 갖다두고
잊어라 아니해도 잊혀지고 있구나
우리는 내년 첫날 쯤
동백꽃이 피는 뚝방으로 간다.
꽃향기 벌판을 헤매고
찬바람 속 까마귀 구름 함께 날아다닌다.
깊이 숨은 오물을 토해내는
섣달, 그 후회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