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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5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가방 싸는 멧돼지

 

 

춘하추동 12


 

섣달, 그 후회에 대하여

 

박상선

 

섣달이다. 욕정이 온 들녘에 있다.

때는 어김없고

함성이 멎고 세상은 익은 체 하는

그 후회에 대하여

 

   섣달이다. 누구를 위하여 라는

   구호를 버릴 때이다.

   껍데기를 벗은 몸들은 똑같은

   그 후회에 대하여

 

잊어라. 우리가 잊지 않아도 잊는 자들 뿐

우리 사랑으로  너를 위한 사랑으로

섣달 속에 눈꽃이 되어 길가에 서 있었다.  

   

   우리는 지금쯤

   더 구석진 어둠 속에 얼굴을 갖다두고

   잊어라 아니해도 잊혀지고  있구나

 

우리는 내년 첫날 쯤

동백꽃이 피는 뚝방으로 간다.

꽃향기 벌판을 헤매고

찬바람 속 까마귀  구름 함께 날아다닌다.

깊이 숨은 오물을 토해내는

섣달, 그 후회에 대하여

 

 

여남 박상선 시인의 시 * 무제 *

2019. 12. 17. 07:30 | Posted by 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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