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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되는 思惟를 위하여

2019. 8. 31. 07:01 | Posted by 여남

 

 

감금되는 思惟를 위하여

 

박상선

 

작은 것을 만지작거리면

작아진다.

큰 것을 이루는 것은 작은 것

보통이 그렇다.

 

큰 것을 잘게 쪼개

그 하나를 가지고 싶다는 것

작은 사유 속에 갇힌

소망의 크기 때문 아닐지

 

개여울로부터 시내는

강이 되고 바다로 늘 흘러

우리 앞에 있었다.

늘 바다를 쪼개는

자신을 슬퍼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대로였다.

 

이제 박제된 사유로부터

깊이 숨던 수렁으로부터

넓은 바다로 오라

머물러 개여울이 되지 않는

젊음들이여어-

 

 

 

 

2019.08.31. 여남 박상선 올림.

 

 

 

 

 

노을

2019. 8. 15. 11:55 | Posted by 여남

노을

노을

 

박상선(朴尙善)

 

우릴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이념도 사랑도 분노도 아닌 원시적인 것이었다. 그렇게도 찾아다니던 눈길은 널 부러져 있을 뿐 발길을 끌지 않는다. 발걸음이 갈 길을 찾다가 비틀거리던지 쓰러지던 지다. 버러지 보다 못한 생을 털어 바람소리 닮다가 손바닥에 움켜쥐는 것은 몇 톨의 분자뿐인 공기

 

지난날을 뒤집어 보지 마라. 혁명을 꿈꾸던 시절까지 시들어진 지금. 의지가 사라지면 또 다른 의지가 솟을까 그것도 사라져 버리면 발걸음 놓을 때 없는 이 어둠 만일까? 우겨대어도 남들이 아니냐는 불혹 그것은 나의 하얀 스크린 속에 들어 있었다. 여기 놓인 건 그들이 가져간 나의 허구와 나를 떠난 이념의 빈껍데기뿐이다.

 

서쪽 하늘에 원초적인 시간을 내다 건다. 입 속의 아픈 풍치를 뽑아내고 절망의 폐액을 뿜어내면 그리움은 맘 깊숙한 곳에서 다시금 솟구치고 내가 빼앗긴 시간 속을 걸어 나오는 내일을 다시 짊어진다. 그곳으로 노을이 불타며 스미어 온다.

 

 

 

 

2019년08월15일 여남 박상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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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8

 

억새밭 5

  

박상선 

 

旺山 

온통 억새밭이다

 

義兵들의 당당한

창칼 같은

억새들

 

火旺山

시퍼런 義憤

산보다 

높은 억새밭

 

背信不義

한 치도 용납하지

않는 

억새들이 산다

 

지금

火旺山

온통 억새밭이다.

 

 

2019.08.07 여남 박상선 올림.

 

 

 

 

 

 

                                         

 

 

바람

 

박상선

 

바람은 가엽다.

아무 어깨에 내려앉지만

머물지 않는다.

 

바람은 스스로 울지 않아도

거친 숨소리 곁에서

제가 우는 것처럼 운다.

 

바람은 가엽다.

바다에서 큰바람이 되어도

스스로 몸을

낮추지 않는다.

 

쓰러질 듯 하더니 쓰러지는

때로는

덧없이 나뒹구는 몸을 외면하는

바람이 숨는다.

 

바람은 가엽다.

기대며 쓰러지는 몸이 없어

 

1

발 아래로

바람이 떨어져 내린다.

 

 

 

2019.07.02. 여남 박상선 올림.

 

아득하면 되리라

 

 

박재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로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 사발 안에 떠서

어른 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 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었다.

 

 

2019.06.07. 여남 박상선 기록및 공유

 

 

 

 

 

 

 

 

 

 

 

 

 

 

 

 

 

 

 

 

 

 

 

 

 

 

 

 

 

 

 

 

 

 

 

 

비내리는 화단에서

 

 

봄비

 

박상선

 

마른 풀밭에서

웅크려

동면(冬眠)하던 날들

 

봄비 오면

일제히 일어서겠지

잠을 깨우고

계절을 깨우고

 

이 비 오고 난 뒤부터

이곳은 다양해지리라

이제는 돌아가야지

온갖 삶이 널려있는 세상 속으로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그리 사는 것이야

삶이란 그런 것이야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비 오는 아침부터

찻장 밑이 소란스럽다.

오늘부터

시간은 다시

출발하라는 명(命)이 내렸나 보다.

 

 

 

2019년03월06일 여남 박상선 올림.

 

 

 

찔레꽃

 

춘하추동 5


찔레꽃

 

박상선


저 산마루에

흰꽃 피면

그걸 찔레꽃이라 하리라.

온 몸 가시 덮고

손대지 못하게

잘 무장을 하고

곁에 가까이 두지 않으리라.

하얗게 피여

향기로만

너의 곁으로 가리라.

아름답지 못한 것을

말 하지 마

그대로여서

맑고 좋은 줄 안다.

더러운 운명을

그대로 두고

죽이고 또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무아로 혼을 대신

말하노니

 

 

 

2019.05.06. 여남 박상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