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
박상선(朴尙善)
유장한 낙동강과 도초산을 높*을 내리고
떠돌아다니다가 문득 눈을 뜨고 보니
나는 지금 이 너른 유채밭에 서있다.
봄이 되니 온 들녘이 함성으로 가득하다.
꽃대들이 메마른 습기에
땅을 박차고 나갈 수 없다 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에 가난한 반신이 마비되어
시간과 업치락 뒤치락거리며 씨름하여도
자리를 털고 일어섰을 때 나는 이곳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시인을 생각한다.
수선화 꽃밭에서 춤을 추던 윌리엄 워드워즈와 같이
나는 유채밭에서 바람의 춤을 추리라.
설움과 가난의 씨를 뿌려 깨어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볕에 다시 일어나려함을
뭇사람들은 알까?
어금니 악물고 걸어가는
이 운동 길에 바람으로 하여 다가온 패배는
꽃바람으로 하여금 다시 일어서게 하리라.
이 너른 들의 노란 유채꽃들은 말해주리라.
꽃들의 화관무로 너와 나를 맞이하여
종다리 목마른 찬란한 슬픈 연가를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하여 주리라
2019년01월27일 창녕새누리노인종합샌터에서 여남 박상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