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이곳은 시인 박상선의 블로그 릴레이션(관계)입니다.
여남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11-27 22:12

상응 / 샤를 보들레르

2011. 11. 27. 12:20 | Posted by 여남

 

 

 

상응 / 샤를 보들레르

 

<자연>은 하나의 사원이니 거기서

산 기둥들이 때로 혼돈한 말을 새어 보내니,

사람은 친밀한 눈으로 자기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리로 들어간다.

 

어둠처럼 광명처럼 광활하며

컴컴하고도 깊은 통일 속에

멀리서 혼합되는 긴 메아리들처럼

향과 색과 음향이 서로 응답한다.

 

어린이 살처럼 싱싱한 향기, 목적(木笛)처럼

아늑한 향기, 목장처럼 초록의 향기 있고,

-----그 밖에도 썩은 풍성하고 기승한 냄새들,

 

정신과 육감의 앙양을 노래하는

용연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한 것의 확산력 지닌 향기도 있다.3)

 

 

 

 

 

3)정신 육감의 공존대립은 보들레르적인 한 시적원천이며,

<썩은 냄새>와 용연향. 사향은 육감을 앙양하고.<싱싱한>. <아득한>

<초록의> 향기들과 안식향. 훈향은 정신을 앙양하며 <풍성하고 기승한

향기>는 양자 어느 쪽에도 해당될 수 있다.

 

보들레르의 시학의 정수는 완벽한 소네트로 노래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 망

2011. 11. 27. 05:49 | Posted by 여남

 

POEM-23.HWP 소망

 

 

소 망

 

박상선(朴尙善)

 

 

늘 패배하며

사는 데는

흩어지지 않는

마음 하나 가져야 하리

 

늘 사모하는

그림자 하나 안고

사는 데는

우지지지 않는

마음 하나 가져야 하리

 

아 - 나는

겨울을, 겨울 속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늘 그리워하며

곪은 상처 두고

사는 데는

무너져 내리지 않는

소망 하나 가져야 하리

 

 

2011년11월27일 여남.

 

 

 

바람개비

2011. 11. 22. 08:38 | Posted by 여남

POEM-58.HWP 바람개비 97/04/29

 

 

 

바람개비

 

   

박상선(朴尙善)

   

 

몸이 비틀댄다.

가려움이 전신을 돋아나

몸을 붉게 물들였다.

저녁노을 속으로 들어가서

굵은 눈물 울더니

또다시 비틀거렸다.

 

몸이 바람에 기댄다.

바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움이

기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무게를 가지고

바람에 몸을 기대기란 쉽지 않다.

무거운 영혼이

바람에 빙빙 돌면서

모두는 훌훌 터는 것을

난 털 수 없어 운다.

 

날은 흐리다가 맑아서

바람이 곁을 스치고 가다가

지친 몸을 붙들고

끌어당기더니 돌아보라고

버리고 돌아보라고

속삭인다.

 

바람이 분다.

몸이 말없이 바람에 기대고

돌아간다.

 

 

 

 

 

2011년11월22일 여남.

 

 

 

 

 

전남 순천만의 갈대밭

2011. 11. 20. 20:56 | Posted by 여남

포토출처: facebook

2011.11.20. 여남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2011. 11. 18. 09:58 | Posted by 여남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고영민

 

 

겨울 산을 오르다 갑자기 똥이 마려워/

배낭 속 휴지를 찾으니 없다/휴지가 될 만한 종이라곤//

 

 

들고 온 신작 시집 한 권이 전부/다른 계절 같으면 잎새가 지천의 휴지이련만/

그런 궁여지책도 이 계절의 산은/허락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들려온 시집의 낱장을/

무례하게도 찢는다./

무릎까지 바지를 내리고 산중턱에 걸터앉아/

그분의 시를 정성껏 읽는다./

읽은 시를 천천히 손아귀로 구긴다./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이 낱장의 종이가 한 시인을 버리고,

한 권 시집을 버리고, 자신이 시였음을 버리고/

머물던 자신의 페이지마저 버려/

온전히 한 장 휴지일 때까지/

무참히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펼쳐보니 나를 훑고 지나가도 아프지 않을 만큼/

결이 부들부들해져 있다./

 

 

 

(후략),* 손택수ㆍ시인

 

 

어느 시골 중학교에 강연을 갔다가 이 시를 읽어주었더니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석한 선생님께서 정돈을 위해 눈을 부라렸지만 꽉 채운 교복 단추가 뜯어져나가라 폭소를 터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시가 이렇게 웃겨도 되나요? 그리움이니 고독이니 순수니 이런 걸 떠나서도 시가 될 수 있나요? 주제니 상징이니 이미지니 이런 해부를 하지 않고도 시를 감상할 수 있나요?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시에서 반복되는 ‘구김’은 일종의 부정이다. 저 높은 곳에 있는 ‘그분’과 딱딱한 시집 속에 틀어박혀 있는 시를 부정하는 행위를 통해 시인은 참된 시를 생각한다. 시인에 따르면, 몸에 가장 친근한 언어적 형식으로서 시는 무엇보다 결이 부들부들해야 한다. “나를 훑고 지나가도 아프지 않을 만큼/


 

2011.11.17. 포토촬영 여남.

 

 

Céline Dion - A New Day Has Come

 

2011.11.16. 여남.

 

 

몽돌밭

2011. 11. 16. 14:10 | Posted by 여남

 

 

 

 

몽돌밭

  

  

 

박상선(朴尙善)

 

 

[1] 

돌이 되어

흐르는 냇물에 발을

잠가 

제 몸이 깎이는 것도

모르고 

눈물로 강물을 채우러 가는 길

깎이면서 반들해져가는

영혼 

 

[2] 

저 어디선가

손 내밀어 오는

그대의 해맑은 미소

빛은 

온 몸을 조금씩

비추는 것으로

제 몫을 하고

 

[3] 

바다로 간다.

꿈은 간신히 그곳에

도착하여 

작게 큰 아픔을 회상하진

않을 것이다.

 

[4] 

사랑이여 

그대 앞에서 파도소리에도

씻기고 갈리어야만

너의 정체됨을

알았다.

 

 

 

 

 

 

 

 

 

2011.12.09. 여남.

 

 

.


가을날 / 릴케

2011. 11. 16. 14:07 | Posted by 여남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2011.11.16. 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