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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2011. 11. 22. 08:38 | Posted by 여남

POEM-58.HWP 바람개비 97/04/29

 

 

 

바람개비

 

   

박상선(朴尙善)

   

 

몸이 비틀댄다.

가려움이 전신을 돋아나

몸을 붉게 물들였다.

저녁노을 속으로 들어가서

굵은 눈물 울더니

또다시 비틀거렸다.

 

몸이 바람에 기댄다.

바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움이

기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무게를 가지고

바람에 몸을 기대기란 쉽지 않다.

무거운 영혼이

바람에 빙빙 돌면서

모두는 훌훌 터는 것을

난 털 수 없어 운다.

 

날은 흐리다가 맑아서

바람이 곁을 스치고 가다가

지친 몸을 붙들고

끌어당기더니 돌아보라고

버리고 돌아보라고

속삭인다.

 

바람이 분다.

몸이 말없이 바람에 기대고

돌아간다.

 

 

 

 

 

2011년11월22일 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