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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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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박상선

 

  

몸이 비틀댄다.

저녁노을 속으로 들어가서

붉게 울더니

또다시 비틀거렸다.

 

몸이 바람에 기댄다.

이 무게를 가지고

바람에 몸을 기대기란 쉽지 않다.

무거운 영혼을

바람에 빙빙 돌려대면서

그는 훌훌 터는 것을

난 털 수 없어 운다.

 

날은 흐리다가 맑아서

바람이 곁을 스치고 가다가

지친 몸을 붙들고

끌어당기더니 돌아보라고

버리고 돌아보라고

속삭인다.

 

바람이 분다.

몸이 말없이 바람에 기대고

돌아간다

 

 

 

 

 

 

20240810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용화산에서

그대 고이 주어라  

 

박상선


 

그대 

그대 못 견딜게 있거든

강물에게 주라

제 갈 길 가지 못하면

물목 넘쳐

무서운 소용돌이

틀면서

제 길 넓히는 강물에게

고이 주어라

 

그대

그대 못 견딜게 있거든

하늘에게 주라

무어든 제 뜻대로

운명을 결정하여

데리고 가는 하늘에게

고이 주어라

 

 

 

그래도

못 견딜게 있거든

시인에게 주라

그것은 우리가 천년을 넘게

떨어져서 만나지 못할

인연이어서

온갖 것들에게 주어도

다 못 치워 버릴 고독이어서

울음으로 갈고 닦아서

마침내 줄 것 없는 본체만 남겨

사랑을 빛나게 하리라

밤하늘 별빛으로 남겨 두리라.

 

 

 

20240705일 여남 박상선 올림.

 

 

종이비행기

 

박상선

 

몹시도 우울한 날에는

분홍빛 색깔의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세요.

깨알 같은 사랑을 쓰고서

이리 접고 저리 접어두면

회오리처럼 비상하며

무르익은 붉은 장미를

흔들리게 하는 바람은

종이비행기를 그의 곁으로

보내줄 것인데

그의 곁에서

볼품없이 추락한다 해도

사랑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은

아닐 거예요.

몹시도 우울한 날에는

분홍빛 색깔의

종이비행기를 접어보세요.

당신보다 빈자리 많은 이들

땅끝에 움츠리게 하지 않고

하늘 높이 치솟게 하는

외로운 마음들에 보내는

사랑을 실어

멀리 띄워 보세요.

 

 

 

20240609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

 

 

 

밀크커피

 

 

박 상 선

 

 

나는 알았다.

밀크커피 컵 속에는 밀크가

들어있어

그 밀크로 하여 밀크커피라는 것을

알았다.

 

밀크커피를 갖다 놓고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린다.

 

이렇게 갇힌 공간에 눈 내리면

눈 내리는 거리속의

눈 내리는 카페인가

하얀 세계를 여는 출입구인가

 

그대에게 보낸 편지 속에

애절한 고백이 들면 그것이 연서일까

그것이 사랑일까

그럴지도 모르는 젖은 시간까지

 

포함되는 포함 속에

자리를 차지하면 할수록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몰라

밀크커피 컵 속에는

밀크가 들어 있어 그 밀크로 하여

밀크커피가 된다.

 

기어이 오지 않는

그대

난 그대의 뭐라 해야 되나요

그대는 나의 뭐라 해야 되나요

불러도 메아리도 되돌아 오지 않는다.

빈 자리를 남긴 채

 

기다림이라는 것,

먹어 치운

밀크커피처럼 달작하다

 

 

 

 

 

 

20240310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