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1. 12:48 |
Posted by 여남
바람개비
박상선(朴尙善)
몸이 비틀댄다.
가려움이 전신을 돋아나
몸을 붉게 물들였다.
저녁노을 속으로 들어가서
굵은 눈물 울더니
또다시 비틀거렸다.
몸이 바람에 기댄다.
바람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움이
기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무게를 가지고
바람에 몸을 기대기란 쉽지 않다.
무거운 영혼이
바람에 빙빙 돌면서
모두는 훌훌 터는 것을
난 털 수 없어 운다.
날은 흐리다가 맑아서
바람이 곁을 스치고 가다가
지친 몸을 붙들고
끌어당기더니 돌아보라고
버리고 돌아보라고
속삭인다.
바람이 분다.
몸이 말없이 바람에 기대고
돌아간다.
2021년09월10일 시인 여남 박상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