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방
박상선
저녁엔 비가 내렸어 어둠이 대문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고 벽에선 초침소리 저 혼자 떨고 있었어 깜박이는 커서는 먼바다를 비추는 등댓불 같았어 이야기 alt-c를 눌러놓고 아래층에서 위층을 올려다보았어 누군가 불러보아도 될 사람이 있을 거라고, 맘은 신세대처럼 푸르러 안뇽이라는 말도 해보고 싶었어 비린내나는 고딩어들 처럼, 커서가 깜박일 때마다 커서가 몸속을 깜박일 때마다 지나는 날들이 조각 나 흩어지고 모니터에 얹힌, 적어도 이곳에는 늙는 서러움하고 맞대결하다가 톡톡 튀어 다니는 오늘을 보면 그리운 건 우리를 지나간 시간들일까 ? 불러 보아야 할 것은 뒤를 찍고 오는 발자국들일까 ? 오늘이 아님을 알아야했다. 그러면서도 아래층만 서성거리며 쉰 세대는 끼워들 수도 없는 대화방을 기웃거리다가 alt-c 누르고 검은 방을 너른 바다를 빠져나올 수밖에 밤비에 밤이 뒤척이다 온 몸을 흠뻑 적시고 밤이 동구 밖을 물러서는데 커서는 여전히 깜박이고 있었어 그건 어쩔 수 없었어.
2011.12.02. 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