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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바다

2011. 11. 13. 05:13 | Posted by 여남

 

빈 바다

   

박상선(朴尙善)

 

빈 바다를 가는

빈 배는 그 바다 보다

못났다.

 

빈 것은 잃을 것 없는

가라앉기 쉬운

빈 배에 빈 바다를 채워도

육지는 없다.

 

너에게로 나섰다가

빈 배로

거친 밤바다를 돌아오는

나는 바보다.

 

빈 가슴속으로

부표는 갈 길을 떠올리지 않는다.

 

호롱불 같은

별빛이 쏟아질 뿐

거센 파도는 쉽사리

등대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어디로든지

너에게로 다시 가려 할 때

나는 비로소

침몰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2011.11.13. 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