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강정이 보이는 유채단지 길가에 있는 시간판 *
남지팔경
박상선
옛날부터 강은 있었다.
생을 풀어 헤치며
그리움을 띄우는 강이었다.
칠백 리를 굽이치며
여기 와서는 洛자에 東을 보태고
비밀의 속살을 드러낸
퇴적암들은
층층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뱃노래와 어우러졌다.
저기 상포에 소금 싣고
백사장을 끌고서
상류로 올라간 광선 배는
곡물로 바꿔 싣고 임 떠날라
돛을 훈장 같이 매달고
유리 같은 수면 위를
물살 따라 총총 내려오는데
기다리소! 지친마음
모래사장에 물결친다.
어느덧 용화산에 걸린 낙조는
불타며 오늘을 접는가?
저문 도초산 걸린 구름모아
영남들 옥토를 적시니
여기가 웃개일세
그 품에서 춤추는 사람들 가득하였다.
길게 뻗은 동개들 제방위로
호박 같은 둥근 달 오시니
청춘남녀 정답게 노니난다.
오작교가 부럽더냐!
사랑 사랑둘이더라
세월은 가고
모두 짓물러진 이목으로
시청 못하는 시대에
베어진 밤나무 숲의
시원한 바람소리는
어딘가에서 마음에 있다면
누군가 떠올릴 그날의 모습으로
남지리로 마산리로 학계리로
용산리로 신전리로 성사리로서가 아닌
웃개의 모래에에
살아가는 가슴속으로 메아리처럼
되돌아 올 것이다.
1995년 2월 26일 창녕문화원지 15집 수록
南旨八景: 洛江七里 岐江斷崖 上浦歸帆 百沙落鴻
道草暮雲 嶺南沃土 東步滿月 栗林淸風
2018.12.20 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