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머리, 삶기어 웃다.
박 상 선
남은 삶을 존중해다오
아이엠에프 왔다 가고 뿔뿔이 흩어져버린
피붙이, 기억하는 靈魂들
나이 오십 줄에 허한 바람만이 곁에서
서성거린다.
남은 삶을 존중해다오
어떤 因緣이래도 因緣의 이름으로
소중한 것이거늘
어떤 삶도 삶의 이름으로
경건한 것이거늘 삶을 分解하는
構造調整만 날아다닌다.
남은 삶을 존중해다오
몸은 망가지고 거리는 비틀거리고
허우적대며 다가온다.
寒氣가 차올라 오는 메마른 시간
목구멍에 삼-삼키운다.
어느 곳이든 몸을 뉘이면
삶은 저기 있다.
삶은 가까운 저 곳에 있다
오늘 고사상에 올라앉은 돼지머리,
삶기어 웃고 있다.
2014년01월16일 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