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12.HWP 거대한 함정
거대한 함정
박상선
깊은 밤을 흐르는
정적이
대낮도 짙게 깔려있다.
걷잡을 수 없는 소외를
기도하는 소리는
속으로 움츠려 들고
제 목소리밖에 울려나오지 않는다.
목구멍을 간단히 빠져나온
자기들로
주위가 평화롭질 못하다.
제 목소리는 제 속을 벗어나
타인의 가슴에 들지 못하고
납덩이를 쏘고 있을 뿐
깊은 잠을 흐르는 정적은
부여잡지 않는 소외다.
어느 시간 어느 곳에도 널려 있다.
우리는
붙잡혀간 청년들을 위해 분노하지 않는다.
전철역에서 백화점에서
좁아진 자리의 불편을
쇼핑백에 남겨진 빈틈을 연민하는
날들이 간다.
소외를 주워
가슴을 훌 터 내리고
우울하게 죽고 싶다면
아직 제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
정적이 있음을 알았을 때
모두는 죽는 법을 배우게 될 터이다.
욕망이 증폭되어
욕망에게 부메랑 날아들면
길을 찾기도 전에
달아나다 거대한 함정을 메울 것이다.
역사는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2011.12.03.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