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새를 기다리며
최담(본명: 최성복)
산토끼가 나르고 장끼가 소리치는 개마고원 발치까지
달려가 보았다. 침엽수림 청청한 대지의 겨울이여,
그리움은 그다지도 멀고 기다림은 이다지도 아득한가.
무수히 언 손 비벼 넣는 겨드랑이 속의 한 점 체온은
따뜻해, 모닥불 피우지 않아도 매운 연기는 피어오른다.
야생의 날벌레 달겨 붙는 눈발 발길을 걸으면
뽀얗게 흐려지는 야산, 눈이 내린다. 눈이 내려
씁쓸한 선죽교에도 눈이 내릴까? 국경의 푸른 강 건너
가서 우는 새여, 밤을 새워 빈 나뭇가지에 예감의 눈꽃은
피고 추녀 밑에 고드름이 열리는 새벽마다 문득,
가까운 인가로 포행 해오는 새여.
2011.11.29. 여남.